노작 홍사용 문학관 시민들의 쉼터이자 문화충전소가 되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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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노작문학상>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, 동인지 『백조(白潮)』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, 극단 『토월회』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(露雀)홍사용(洪思容. 1900-1947)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중견시인에게 수여하였으나 2018년부터 한 해 동안 출간된 시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시집에 수여합니다.
황유원 시인 시인
백지상태
꿈에 백발이 되었다
머릿속에 흰
눈이 내리고 있었다
벌써 강을 다 건너 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
머리 위엔 이미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
머릿속이 새하얘서
머릿속엔 아직 눈이 내리나보다
눈보라가 몰아쳐
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나보다
보이지 않으면 좋다
아무 데로나 가도 상관없으니까 보이지 않으면
찍힌 발자국들도 다 사라질 테니까
이제 나는 다른 땅 위에 서 있다
거기서 뒤돌아본 강 위론 아직 눈이 내리는 듯하고
이제 저기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
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 하나가
추위 속에 견고해진다
폭설은 백지에 가깝고
가끔 눈부시다
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나는 또
백지를 본다
백지를 보여준다
내가 쓴 거라고
내가 쓴 백지가
이토록 환해졌다고
-『하얀 사슴 연못』